그냥 하는거지 뭐
20화에 이어 왜 애니 일을 하고있는지에 대한 이유로 막을 열었는데
저번에도 말한것 같은데 사람마다 각자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을수 있다
정답은 없는거고 자신이 보기에 불순해보이는 이유라 할지라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합당한 이유니 너무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진 말자
뭐 일만 열심히 하면 상관없다 애초에 이유가 뭔 상관인가
DB
야노가 이케타니를 잘 쪼아서 5화의 더빙을 잘 끝낸 모양
보통은 아후레코(AR , 쉽게말해 성우)가 먼저 들어가고 그로부터 1주 +- 정도로 더빙(DB , 성우 이외의 효과음 등) 을 넣는데
그 이유로는 DB가 AR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하기 때문.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 대사부분은
쿠치파쿠(口パク)라고 해서 열린 입, 중간 입, 닫힌 입 이 3장으로 그냥 뻥끗뻥끗 거리는게 전부인데
보통의 사람은 사람과 대화를 할때 눈을 보고 말하는게 일반적이고 입을 보면서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보니
신경쓰고 보지 않는 한 이런 식의 립싱크에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입모양은 대충 맞추고 시작과 끝만 맞추어도 얼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그림이 없어도 볼드(ボールド)라고 하는 대사 타이밍을 알려주는 마크만 있어도 아후레코가 가능은하다.
물론 이 경우에는 성우가 고생하기 마련. 그림을 그릴때도 보통은 거울로 자신의 표정을 보면서 그리곤 하는데
성우도 마찬가지. 캐릭터의 얼굴을 보고 연기를 하는게 좋은게 당연하다.
그런데 동그라미 달랑 하나 졸라맨이 그려져있고 "화난 표정" 이라고 적혀있어봐야
어떤식으로 화가 났는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길이 없다.
반면에 더빙은 야노가 말한것처럼 나무바닥을 삐걱삐걱 걷는건지 물바닥을 첨벙첨벙 걷는건지
바닥의 재질 상태에 따라서 들어가는 효과음자체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기 제대로 된 배경이 있어야 좋고
그저 뻥끗뻥끗하는 대사와는 달리 걷기라던지 문을 연다던지 벽을 때린다던지 액션의 경우
타이밍이 굉장히 알기 쉽기 때문에 타이밍이 조금만 빠르거나 느려도 보는 입장에서 굉장한 위화감을 느끼기 때문에
원화가 아닌 동화까진 가야 제대로 더빙할수있다(물론 원화 자체가 움직임의 포인트기 때문에 원화로도 할순 있다)
그러다보니 아후레코를 먼저하고 그 다음에 될수있는 한 완성%가 높은 상태로 더빙을 하는 것이다.
야노가 "거기(타이타닉)는 더빙에 색을 칠하는게(동화까지 끝나고 채색을 한 상태)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른다니까" 라고 말하는데
그래도 업계에서 구르는 사람이 모를리가 없다.(설마 진짜로 모르는 회사가 있었던 건가)
단지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이 업계의 나쁜 습관같은게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업계 사람들은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지어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졸라맨을 가지고 왔다고해서 성우가 "이런걸론 작업 못합니다. 다시 해오기 전까진 절대 못합니다."
속된말로 빠꾸치지 않고 주어진걸로 최선을 다해서 결과물을 내어 준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아 성우분들에게 정말 몹쓸짓을 했다. 졸라맨으로 아후레코를 시키다니... 다음엔 빡시게해서 색칠한걸 가져가자" 이게 아니라
"올ㅋ 졸라맨 가지고도 충분한거 같은데? 굳이 색칠할 필요도 없네 뭐" 로 빠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는것.
가진게 두부밖에 없으니 벽돌 대신에 두부로 집을 지어달라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지어줬더니
"오? 이게 되네" 라며 그 다음부터 당연하다는듯이 두부를 가져오는 꼴. 벽돌을 준비할 마음이 보이지 않게 된다
성우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전 파트에 있어 이런 사람이존재하는데 이런 타입의 사람과 일하게 되면 굉장히 피곤해지니
너무 오냐오냐 해주지 말고 처음부터 확실히 선을 긋는게 모두를 위해 좋다
일의 선택
3D의 토도가 아기 멧돼지 우리보(うり坊)와 아리아의 모션을 맡게 되었다.
우리들의 스기에 선생님도 야노로 부터 부탁을 받고 에마에게도 패스 해줬는데
이처럼 보통은 위에서 밑으로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밑에서 위로 이건 내가 꼭 하고 싶다
이런식으로 어필을 하면 보통은 다 해준다.이 정도로 어필할만큼 적극적인 사람이 적은게 문제지만
내가 있을 때도 같이 일하던 후배가 모 성우의 광팬이라 담당 캐릭터가 나오는 씬은 다 몰아 주기도 했다.
물론 여러사람이 같이 하는것보다 파트별로 나눠서 사람마다 담당을 맡아 하는게 통일감을 주기 쉽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리고 지금 맡고 있는 작품이 있다고 해도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옆에서 움직이고 있으면 파트감독과 상의하에
동시에 여러 작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와서도 가끔 후회하곤 하는게 에바 Q를 우리 회사에서 촬영 했었는데
다른 작품을 하고 있던 터라 그냥 넘어갔는데 좀 무리해서라도 같이 할걸 그랬다. 남는게 이름밖에 더 있나
여튼저튼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면 가만히 앉아있어도 영업이나 사장이 여기저기서 일을 따오기 때문에
일 걱정은 크게 없고(작은 회사면 있을수도 있다) 작품은 주로 어른들의 사정이 들어가니 잘 알아보고 회사를 고르자
작품 배정은 회사에 따라서 다를순 있다. 내가 있던 곳은 작품별로 팀을 나눠서 담당 작품별로 움직였는데 회사에 따라서는
공장처럼 아침반 저녁반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고 완전 분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케바케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과거에 했던 xx작품 때문에 회사를 고르거나 하진 말자
어차피 그 작품은 과거에 끝난 작품이고 그때 참여했던 사람들이 몇이나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이거 말고 할 줄 아는것도 없고
AC츠치노코의 사장겸 제작진행 이소카와 히소미츠(磯川 久光)가 무사니에 오는데
히라오카 , 야노 랑은 전문학교 동기로 졸작도 같이 했다는 듯
일단 이 업계는 별에 별 사람이 다 있기 때문에 업계로 들어오는 정해진 테크트리라고 할까 그런건 없지만
대학을 나온 사람보다는 전문학교의 경우가 많다. 학교가 아닌 요요기 학원도 제법 있겠고
학교 선생님이 보통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사람인 경우가 많다보니 건너건너 아는 사인 경우가 많고
선생님 소개로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 워낙 좁은 업계다보니 알고보니 학교 선배 였다던지 제법 있다
여튼저튼 이소카와가 "넌 다시 돌아올거라고 생각했지만말야" 라고 하자
야노가 씁슬한 표정을 지으며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라 답하는데
으아... 너무 리얼해서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아 여긴 지옥이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거다
워낙 특수한일이다보니 관련 업계라고 할까 경험을 살릴곳이 굉장히 제한적...이라고 할까 거의 전무하다
거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심각해지는데 업계에서야 벌써 15년 경력의 베테랑 위치 일진 몰라도
이 업계를 그만두고 세상으로 나오면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는 3,40대라는건 현실적으로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회사에 막 들어온 신입에게 "그만둘거면 빨리 그만둬라" 라고 이지메가 아닌 진심어린 충고를 하곤 한다
이번화에서도 히라오카건으로 이소카와를 찾아간 미야모리가 혼다 이야기를 하던 중
"저도 최근에 생각중이에요" 라고 하자 이소카와 역시 "에? 진짜? 전직할꺼면 빠른편이 좋지 않아?" 라고 말하지 않나
실제로 본인이 경험한 것을 만들자
토도가 작업에 참고하기위해 에마와 즈카를 데리고 유원지에 갔는데 아주아주 바람직하다
예전에 미야자키 하야오 선생님이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서 쓸만한 인재가 없다" 같은 뉘앙스의 말을 했는데
모닥불씬을 맡겨 놨더니 모닥불이 나오는 애니메이션만 주구장창 찾아보고 공부를 한 뒤에 가져온 온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결국 그 애니메이션들은 이미 누군가의 필터링을 거친 표현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참고해봐야 의미가 없다는것.
쉽게 말해 라퓨타의 감상문을 써오라고 했더니 정작 라퓨타는 보지 않고
남들이 써놓은 라퓨타 감상문만 주구장창 읽은 뒤에 감상문을 써온것과 다를바가 없다
그러니 참고를 할때는 누군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것을 직접 경험하는게 좋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서 쓸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도 무슨말이냐면 사람은 결국 경험에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매일 30분 ~ 1시간씩 보고 자란 지금의 세대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2~4%가 애니메이션일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미지의 바탕이 되는 경험이 직접 경험한것이 아닌 애니메이션같은 간접경험으로 가득 하다는것
물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간접경험으로서의 의미가 있겠지만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쓸모없는 거짓경험이며
오타쿠의 경우 하루종일 애니메이션을 볼 정도니 창작자가 되어도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애니메이션의 카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쉽게 말해 주먹으로 쎄게 때리는 씬에서도 자신이 때리거나 맞은 경험을 먼저 떠올리기보단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 봤던 멋진 씬들(이미 남들이 만들어 놓은)을 떠올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상투적이고 기호적인 어디서 본것 같은것 밖에 만들지 못하는 인간이된다는 것이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었다고도 볼수있다
퀄리티를 인질로 삼지마라
작감의 세가와로부터의 클레임을 히라오카에게 전하는 미야모리
끝난 컷은 매일 가져갈것.
일단 이거부터 집고 넘어가자 간혹가다가 한꺼번에 두둥! 가져오는 제작이 있다 도대체 어떤 의도로 그런건지 나로선 이해할수가 없는데
일단 일본 애니메이션은 완전 분업체제이다. A가 콘티를 짜고 B가 레이아웃을 C가 캐릭터를 그리고 D가 칠하고 E가 배경을 F가 촬영을 한다
결국 앞사람이 일을 넘겨주지 않으면 뒷사람은 놀게 된다. 그러니 100컷중에 20컷이 끝났으면 20컷은 뒤로 넘기고 남은 80컷을
작업하는 식으로 동시 진행을 하면 5일만에 끝낼수 있다. 그런데 4일동안 연락도 없이 있다가 갑자기 100컷을 가지고 와도
뒷사람이 하루에 100컷을 할수 있을리가 없다. 이러면 애초에 분업을 한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니 끝난게 있으면 매일 매일 가져가자.
끝난게 너무 적어서 나중에 어느정도 모이면 가져가려고 한다면 미리 연락을 하자. 그러면 애초에 기다리지 않고 그냥 휴가 쓸테니
그리고 퀄리티 이야기를 해보자면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은 풀 퀄리티가 아니다.
아 이건 정말 완벽해 더 이상 손 댈 곳이 없어. 라는 퍼펙트 상태까지 작업을 한 다음에야 TV에 방송하거나 극장에 개봉하지 않는다는 뜻
제한 시간 없음 도구 무제한이 아니라 2분동안 선 20개로 그림을 그리시오에 가깝다
물론 그 정해진 스케쥴과 제작비 속에서 최대한의 퀄리티를 뽑으려 하지만 퀄리티와 스케쥴은 양립하기 어려운데
100이라는 정해진 시간을 애니메이터가 스스로 만족하는 그림을 그리는데 80을 써버리면
뒤에 남은 사람들은 20을 가지고 작업을 해야하는데 좋은 퀄리티가 나올리가 없다.
그러니 적당한선에서 끝내고 뒤로 넘겨줘야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충대충 그려서 20만 쓰고 휙 뒤로 넘겨줘버리면 뒷사람은 시간이 80이나 있어도 원판이 나쁘면 좋은 퀄리티를 뽑지 못한다
거기다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단계구분이 앞,뒤 둘로 나뉘는게 아니라 몇단계나 거치며 앞단계에서 쌓이고 쌓이기 때문에
뒷파트로 갈수록 짊어지는 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러니 촬영은 하면 안됩니다 여러분
퀄을 높이려고하면 빨리 해라고 까이고 빨리 하면 퀄이 낮다고 까이고...
결국은 퀄리티와 스케쥴 둘을 동시에 잡을 순 없다. 적당한 선에서 한쪽은 포기를 해야 하는법
다빈치인지 누군진 모르겠는데 벽화를 그리는데 한가운데도 아닌 구석에 심지어 기둥 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부분을
몇날 몇일 정성들여 그리자 제자가 "선생님 왜 그렇게 까지 하십니까 그런곳은 아무도 모릅니다" 라고 하자 "내가 안다" 라는
장인정신에피소드에 절절히 공감하는 바이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히라오카가 집에서 "세계 아트 애니메이션" 이라는 책을 보고 있던데
만약 추구하는 바가 그쪽이라면 일을 그만두는게 맞을수도 있다
히라오카가 장인정신이라고 할까 일을 확실히 하고싶어하는 타입이라면
현실의 갭에 좌절해서 지금의 모습이 되어있는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간다
히라오카 기준에서 일이라는건 당연히 100점 만점에 100점을 해야하는데
스케쥴 문제로 40점의 일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 했을거다
물론 그 40점은 그 상황에서 할수있는 최선 이였을 것이다. 40점 만점에 40점 이라고 할까
이 40점을 그래도 최선은 다했다고 볼지. 그래봤자 40점은 40점이라고 볼지의 문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