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결국 아루핀 표정 리테이크에 들어갔다
그리고 날밤을 까는 이구치
그리고 같이 날밤 까는 에마
야근수당은 당연히 없다
키노시타 감독도 회사에서 잔 모양
거리에 따라 다르긴 한데 빠르면 11시 늦으면 1시 정도면 막차가 끊긴다
그렇지만 이 업계에선 이제 슬슬 업무에 시동이 걸리는 시간
일본에서 택시는 기본 요금이 700엔에 달하는 고급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가난뱅이 애니 업계인에겐 탈 엄두조차 나지않는다
제법 큰 애니회사는 역에서 가깝지만 애지간한 회사는 역에서 먼 편
그리고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역 근처에 집을 얻기도 힘들다보니 집 역시 역에서 멀다
그러다보니 순수한 전철 이동시간이 아닌 회사->역 + 역->집 이라는 중간 과정에만 1시간 정도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다 전철로 1시간 거리쯤 되면 출퇴근만 왕복 4시간
이쯤 되면 그냥 회사에서 자는게 수면시간+4 라는 측면에서 솔깃해진다
집회사집회사의 영역을 넘어 집회사회사회사
저렇게 되면 정말 사생활이 없어 진다
그러니 될수 있으면 회사 근처에(너무 가까우면 역 효과 애매하게 가까운게 좋음)
집을 구하는게 좋다. 처음에야 나는 애니메이션을 하다가 죽어도 좋아
라는 마음가짐으로 들어가겠지만 아무리 좋아하는것도 일이 되면 다른 이야기
자기개발이나 취미를 즐길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있어야 오래 간다
회사에 가면실이 있는 경우도 많지만 개인적으론
회사에서 8시간 잘 바에 내 집에서 편하게 4시간 자는게 더 개운하다
제작진행 미야모리
할 일을 정리하는 미야모리
보면 알겠지만 제작은 하는 일이 굉장히 많다. 랄까 바쁘다
일단 관리역이다보니 누구보다 현상파악을 하고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미야모리는 6개월치곤 잘 하고있는 편
옆자리의 야노가 잘 키운 모양
작화라던지 배경이라던지 촬영등은 기술적인 면을 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배울수있다
하지만 제작진행은 기술이라고 부를만한것도 애매하다보니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힘들다
효과적으로 작화를 쪼으는 법. 교통법규를 피해가는 심야운전. 이런걸 가르칠수도 없는 노릇
결국은 회사에 들어가서 실무를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는게 일반적인데
음... 꼭 이 업계가 아니라도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
사수라고 해야되나. 회사에서 신인 교육담당을 붙여주긴 하는데
그렇다고 무슨 전문 교육과정을 받은 사람도 아니고 그냥 선배다
그러다보니 운빨이 크다.
공황장애에 빠진 미야모리를 야노가 격려해주는데
아무리 일본인이 개인주의라고해도 이정도는 해준다
애초에 신인 교육은 사교성도 좋고 머리도 좋은 사람에게 맡기기 때문에
딱히 걱정하지 않... 아도 되어야 하지만
작은 회사의 경우는 인원이 굉장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 꽝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이번에는 자신이 신인 교육 담당이 된다
A가 B에게 B가 C에게 이렇게 전해져 내려가는데
중간중간에 빠지는것도 있고 더해지는것도 있고 전래동화수준
거기다 신인 교육 담당이 된다고 신인만 봐주는게 아니다
평소에 내가 하던일에 +@로 신인을 봐주는것(그렇다고 월급을 더 주지도 않는다)
악마같은 스케쥴에 내 몸하나 가누기 힘든데
좌우도 모르는 병아리들을 돌봐주는게 여간 쉬운게 아니다
스케쥴이 널널하면 친절히 하나하나 알려주겠지만 5연밤샘 같은 지옥의 강행군이 이어지면
알려줄 틈도 없고 신인 입장에서도 딱히 말걸기도 미안하고 여러모로 애매해진다
보다못해 요즘에는 제대로 된 메뉴얼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타이밍 체크
대사를 읊으며 타이밍 체크하는 씬이 나오는데 전에도 말했지만
애니메이션은 일단 최대한 길게 만들어두고 나중에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쓰는식 의 방법은
낭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딱 딱 만들어 써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콘티 단계에서 칼같이 타이밍을 잰다.
그림

키사의 냉장고와 책상에 쌓여있던 에너지 드링크 사무라이드
레드불,몬스터와 함께 일본에서 인기있는 3대(?) 에너지 드링크
1시간에 8컷도 끝낸 적이 있는 키사지만 2컷에 고생한다
그리고 점심이라고 말했던게 어느세 해가 저물어 있다
"아무거나 좋으니가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는 미야모리에게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퀄리티고 나발이고 일단 완성하는게 중요
예전에 단가 이야기랑 비슷한데 그림이란게 참 애매하다.
나사 100개를 조립하는데 1시간이 걸렸다. 200개를 조립하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2시간
이런 단순 계산과는 달리 도라에몽을 그리는데 1시간이 걸렸다. 건담을 그리는데 얼마나 걸릴까?
건담이 점프하는 장면을 그리는데 2시간이 걸렸다. 고릴라가 야구하는 장면을 그리는데 얼마나 걸릴까?
이처럼 굉장히 알쏭달쏭에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어제는 잘 그려졌는데 오늘은 안 그려지는 등
같은 사람이 그려도 그때그때 다를 정도.
아루핀 리테이크가 언제쯤 끝날것 같다. 라고 말하는 이구치에 에마가 놀라는것도 같은 이유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보면 이런 장면 저런 장면 다양하게 하지만 그래도 겹치는 장면들이 있기 마련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가 잘하는 분야 못하는 분야도 알게 되고
이런 장면에는 이정도 시간이 걸리고 저런 장면에서 이정도 시간이 걸린다는걸 알게 된다
아직 경혐이 없는 신인 시절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하던 것들이 경험이 쌓이면 척보면 척 견적이 나온다.
네트워크
세상이 좋아져서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업로드 다운로드가 가능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쓰고 있지는 않다. 작중에 나온것처럼 서버가 터지면 손을 쓸 방도가 없고
보안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저어어엉말 어쩔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다
그래서 데이터 전송도 하드디스크에 넣어서 제작진행이 직접 배달한다